주님과 함께 걷는길/기도선집

나의 첫 기도 - 문익환(1918-1994) |

꿈심는농부 2017. 2. 25. 11:18

이제 저는

몸 없는 그림자로 남아

밤 오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느님!

 

“그 허전한 마음을 거두고

앞산 뒷산을 쳐다보아라.

이제 곧 한낮이 되면

제 그림자를 삼킨 바위들이

우뚝 우뚝 일어설 게다.”

 

이제 저는

눈이 떨어져 나간

밀알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느님!

 

“그 서운한 마음을 거두고

하늘을 쳐다보아라.

손바닥 만 한 구름 한 점

하늬바람에 실려 오고 있지 않느냐?

산과 들에 떨어진 풀씨들 위에

이제 곧 비가 쏟아질 게다.”

 

 

_문익환 1918-1994,

목사, 신학자, 통일운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