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매우 독특한(?) 수사 기법과 대인 노무현
(서프라이즈 / 오랜만에 / 2009-05-02)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매우 독특한(?) 수사를 보면서 3년 전 서프에 올라왔던 어떤 글이 생각나서 뒤적뒤적하다가 찾아내어 현실에 맞게 약간 첨언하여 써본다.
본디 검찰은 수사 기관이 아니라 공소를 제기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한민국의 검찰은 수사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공소권, 영장청구권 등 막강한 권한을 모두 갖고 있어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소불위의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검찰을 준사법기관이 아닌 커다란 세를 형성한 독자적 정치권력 집단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검찰 수사의 실체와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 쓴 이 글은 3년 전에 쓰인 글인데, 지금 노무현 대통령의 수사 과정에도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진다. 아래는 당시 원문(빨간색은 덧글)
표적수사
수사란 특정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수사기관의 활동을 말한다. ‘사건의 존재’가 수사의 원인이라면 수사의 결과는 ‘범인 발견’이다. 그 인과관계는 증거에 의해 논리적으로 증명된다. 이와 같이 수사는 연역적인 증명과정이라고 개념 지을 수 있다.
그런데 검찰의 수사에서 왕왕 정반대의 경향을 본다. 처벌 대상자를 먼저 정한 다음 그를 처벌할 만한 사건을 찾아내는 식이다. 이런 방식을 흔히 ‘표적수사’라고 하는데 그 논리전개가 귀납적인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대단히 효과적이다. 우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도 있듯이 누구나 홀딱 까발려보면 탈법행위 한두 개쯤은 나오기 마련이다. 그것이 관행적으로 묵인되던 것이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만약 탈법행위가 전혀 나오지 않으면 어떡할까? 그럴 경우에 사용할 다양한 기법들이 마련되어 있다. 그 기법들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차차 설명할 것이다. 어쨌든 일단 표적으로 찍히면 누구든 무사할 수 없다고 보면 된다.
표적수사는 악이다. 특정인물을 처벌하기 위해 그의 범죄를 찾는 것은 수사권한의 남용이고 국가기관에 의한 폭력이며 무엇보다 비열한 짓이다. 그런데 검찰은 검사 개인이나 검찰 조직, 혹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껀수’가 필요할 때 표적수사를 즐겨 사용한다.
이와 같은 것은 수사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대한민국 검찰의 실정을 정확히 모르는 외국의 언론들로서는 자신의 상식으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래서 외국의 유수언론들이 전직 대통령을 소환할 정도가 됐다면 뭔가 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오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편파수사
‘표적수사’의 빛나는 장점 중 하나는 오폭에 의한 아군의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리 아군을 피해 표적을 정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검찰이 피아를 식별하여 수사에 차등을 두는 기법을 ‘편파수사’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위 ‘X파일 사건’이다. X파일에 포함되는 범죄혐의는 크게 3가지였다. 안기부의 불법도청, 검사의 수뢰(收賂), 삼성의 증뢰(贈賂)가 그것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애초부터 안기부의 불법도청을 ‘표적’으로 정했다. 아군의 피해가 예상되는 다른 범죄혐의를 가리기 위해서다.
사실 ‘X파일’의 불법도청은 1997년도에 행해진 것이어서 2004년도에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었다. 하지만 ‘표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검찰은 사상 초유로 국가정보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감행하는 등 집요한 수사를 벌인 끝에 그 이후에 행해진 불법도청을 기어코 찾아내고야 만다. 이 과정에서 이수일 국정원 차장이 자살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반해 검사의 수뢰(受賂)와 삼성의 증뢰(贈賂)에 대한 수사는 극히 형식적이었다. 관련자 몇 사람을 불러 조사하는 흉내만 내고는 “준 사람도 아니라고 하고, 받은 사람도 아니라고 하기 때문에 증거가 없다”면서 수사를 종결해 버렸다. 그야말로 ‘편파수사’의 전형이다.
최근의 장자연 리스트도 좋은 사례다. 많은 사람들이 장자연 리스트는 검찰은 무관하게 경찰이 독립적으로 수사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매우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그 실체는 바로 검찰의 수사다. 그 이유는 경찰의 수사에 대한 지휘권을 검찰이 행사하고 매 사건마다 지휘를 받으며 수사를 하기 때문이다.
언론플레이
검찰은 자신들의 ‘표적수사’와 ‘편파수사’에 언론플레이라는 고명을 얹는다. 언론플레이는 ‘표적수사’와 ‘편파수사’의 흠을 가리고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데 안성맞춤이다.
혹시 표적에게서 마땅한 ‘먼지’가 털리지 않더라도 언론플레이만 착실히 하면 ‘표적수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지장이 없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라도 언론에서 떠들어주면 사실로 둔갑하여 표적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주게 된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것은 형벌보다 더한 고통이고 현실적 피해다.
언론플레이는 또 ‘편파’를 덮는 투명망토이기도 하다. 여론은 언론에서 연신 터뜨리는 의혹의 불꽃놀이에 미혹되어 편파의 그늘을 알아채지 못한다.
언론은 언론대로 검찰이 던져주는 먹이를 앞다퉈 받아먹느라 정신이 없다. 행여 검찰의 눈에 벗어났다가 먹이에서 소외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또 중요 정보를 특정 언론사에만 독점적으로 제공하여 기사의 비중을 키우는 노련미를 보이기도 한다.
며칠 전 ‘박연차가 대질신문에서 노 대통령을 압도했다’라고 과거형으로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미리 추리하여 마치 사실인 것처럼 소설을 쓰다가 네티즌들에게 덜미가 잡힌 서울경제신문의 기사가 아주 좋은 사례이다.
박연차는 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없는 사실을 뻥튀겨서 검찰에 불었을까?
나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살을 택한 사람들 중 일부는 지금까지 살펴본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이 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처벌을 받느니 죽음을 택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우선 그들은 자신이 검찰의 불순한 목적을 위한 ‘표적’이 되었다고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검찰의 수사가 ‘편파’적인데 대해 분노했을 것이다. 그런데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의해 자신이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굳어져 가는 걸 속수무책 바라보는 심정이 어떠했으랴.
무엇보다 자신이 약점이 잡혀 검찰로부터 회유와 협박을 당하는 현실에서 자괴감과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다. 양심을 지키자니 회사가 망하거나, 평생 쌓아온 명예가 무너질 것이고, 검찰의 요구에 따르자니 양심이 허락지 않고. 이런 극단적인 양자택일의 갈등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죽음은 유일한 탈출구로 떠오를 수 있다.
2000년 이후만 해도 장래찬 금융감독원 국장을 시작으로,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이수일 국정원 차장 등 10명에 이르는 사람이 자살을 선택했다. 이번에 박연차는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고 검찰의 협박에 따르고 굴복한 장사꾼이었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인적 풍모로 박연차에게 “고생이 많지요. 자유로워지면 만납시다. 대질은 내가 안한다고 했어요”라고 오히려 위로를 했던 것이다.
더욱 노무현 대통령이 대단한 이유는 표적수사, 편파수사, 언론플레이, 주변때리기를 샅샅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검찰에게 꿇리지 않는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설정한 표적을 한 번도 놓쳐본 적이 없는 검찰로서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지금 몹시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검찰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오늘도 언론플레이를 하며 합법을 가장한 무법으로 광란의 질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 오랜만에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38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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