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노무현에게 준 돈 대가성 없었다.
오늘 놀라운 뉴스를 보았다. 국민일보가 단독으로 보도한 "박연차,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준 돈 대가성 없었다 - 검찰 포괄적 뇌물죄 적용에 난관 예상"
기사의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media.daum.net/politics/view.html?cateid=1001&newsid=20090506041207985&cp=
이렇게 중요한 기사가 도대체 왜 다음의 1면에 뜨지 않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찌되었든 그동안 답답했던 가슴이 뚤리는 것 같다.
지금까지 검찰의 조사는 철저하게 박연차회장의 진술에 의존했다. 아니 박연차회장의 진술이 거의 유일한 증거였다. 그런 박연차회장의 진술을 바탕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하고,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구속했었다. 지금까지 박연차 회장은 어찌된 영문인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건냈던 비자금만을 집중적으로 진술하고 있었다.
게다가 검찰과 언론의 태도는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600만불이라고 주장하는 그 금액, 당시 환율로 60억 정도의 금액이다.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가 청와대 가정부와 통화한 대가로 받은 돈이 30억이다. 실무 공무원들이 대가성 청탁으로 받는 금액들도 수십억이다. 그런데 일국의 대통령이 받은 돈이 60억이라고 하면 그 액수가 너무 작은 느낌이기 때문일까? 검찰과 언론에서는 절대로 60억이라고 하지 않고 600만불이라고 발표하였다. 대통령은 2800억쯤 해줘야 되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을 1년동안 아무리 털어도 그나마 포괄적 뇌물죄로 엮을 만한 금액이 60억 정도밖에 안되서 당황을 한 것일까?
어찌되었든 그 일이 모두 사실이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소위 노빠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은 (물론 저는 노빠도 노사모도 아닙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절의 정책을 누구보다 싫어했던 사람입니다.) 고 정주영 회장님께 거침없이 말을 하고, 3당 야합때도 반대했으며, 갖은 핍박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비교적 깨끗한 방법으로 대통령이 된 인간 노무현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런 일부 노사모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비록 신자유주의로 오인될만한 정책을 폈어도 그 민주주의에 대한 존경, 그리고 도덕성에 이끌려 노무현 전대통령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에서 물러났어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지금 정권의 부패와 비민주적인 방법들이 너무나 전정권과 비교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정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기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검찰은 충분히 성공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알았든 몰랐든 이미 60억을 수수했다. 더군다나 그 과정에서 겉으로 보기에는 자신의 부인의 단독행동으로 주장하기까지 하였다. 적어도 돈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사과까지 했으므로 이미 도덕성을 바탕으로 한 대다수 노무현 지지자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떻할 것인가? 해외계좌 추적결과가 몇 주전에 온다고 하더니 감감무소식이다. 검찰이 그토록 의존하던 박연차 회장의 진술은 대가성이 없었다는 말로 이제는 무의미해져버렸다. 베트남 화력발전소는 태광실업이 자력으로 수주한 것이고, 경남은행은 이미 인수가 실패한 다음이었다고 한다. 검찰이 그토록 매달리던 박연차 회장은 대가성이 없다고 진술을 했다. 그러고 보니 박연차회장이 지금까지 단 한번도 대가성이었다고 진술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검찰의 태도는 갑자기 돌변하였다. 지금까지 매일매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들을 생중계로 쏟아내고, 기자에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이런저런 브리핑을 다 해주더니 (참조: 기자의 미례를 보는 혜안 http://ojirab.tistory.com/) 이번 박연차 회장의 진술이 나오자 "최근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진행 상황을 잘 알지 못하면서 이러저러한 결론을 내거나 처리 방향을 추측해 우려스럽다"며 "다양한 의견을 마치 검찰 내부의 혼란과 분열로 희화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고 발표하였다.
박연차 회장이 갑작스럽게 저런 진술을 한 이유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미 지금까지 많은 진술들로 인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히지 않았던가? 저런 진술을 할 것이었으면 처음부터 하면 되었을 텐데 말이다.
물론 많은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백분토론에서 진수희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문 중 일부를 들어 노무현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난하였다. 그 문구는 바로 "검찰이 보는 프레임과 제가 보는 프레임에는 차이가 있는것 같습니다" 란 문구였다. 나는 이 문구를 보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그 돈을 보는 시각과 검찰이 그 돈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백분토론에 나왔던 진수희 의원은 뭐가 그렇게 찔리는지,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현 정부여당의 비리를 알고 있고, 여차하면 발표할테니 검찰에 수사를 하지 말라고 하는 외압이라고 주장하였다. 내게는 참으로 새로운 시각이었다. 이제 검찰은 그럼 진수희 의원의 말처럼 과연 그 새로운 프레임에는 뭐가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를 해야할 것이다.
출처: 진수희 의원 홈페이지, 내게 프레임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알려준 고마운 분.
[단독] 박연차 “盧에 준 돈 대가성 없었다”…(국민일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측에 건넨 600만달러의 대가성을 부인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권을 위해 검은돈을 건넸다'는 비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지만 노 전 대통령 수사와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 회장의 한 핵심 측근은 5일 본보 기자와 만나 "박 회장은 베트남 화력발전소 수주나 경남은행 인수를 위해 600만달러를 건넨 게 아니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베트남 화전의 경우 한국 정부와 관계 없고 태광이 자력으로 수주한 것인데도 600만달러와 연결짓는 데 대해 억울해하고 있다"면서 "박 회장은 베트남에선 대통령 대접을 받을 정도의 VIP이고 그쪽 정부 관리들이 한국말로 '박연차 회장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베트남 정부가 자신을 신임하고 있다는 증거로 지난 2월27일 베트남 정부에서 전달받은 공문을 법정에 제출할 계획이다. '남딘 전력센터 건설부지 설계'라는 제목의 이 공문은 "베트남 북부 남딘성 지역에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의 투자자로 태광실업 주도 컨소시엄을 확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첨부된 베트남 따반흐엉 에너지석유국장의 서한에는 "석탄화력발전소 기부채납형 프로젝트의 투자자로 태광실업과 현지 기업인 태광비나를 정하게 된 것을 베트남 공상부 장관을 대신해 박 회장에게 알리게 돼 기쁘다"는 메시지도 포함됐다. 박 회장이 한국에서 구속돼 수사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 화전 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을 약속했을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경남은행 인수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측에게 돈을 건넸을 때는 이미 실패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전혀 관련 없다고 밝혔다. 사돈인 김정복씨를 국가보훈처장에 임명해준 데 대한 감사의 뜻은 있었지만 이권을 청탁하거나 로비를 벌이려고 금품을 건넨 적은 없다는 게 박 회장의 주장이다.
검찰은 대통령의 경우 국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로비가 없어도 금품수수 사실만 확인되면 포괄적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청탁이나 이권개입 사실이 드러났을 경우에 비해 유무죄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훨씬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검 중수부는 박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전현직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이르면 이번주부터 재개키로 했다.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 시도 의혹을 받고 있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과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박 회장의 사돈)도 금명간 소환,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조은석 대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최근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진행 상황을 잘 알지 못하면서 이러저러한 결론을 내거나 처리 방향을 추측해 우려스럽다"며 "다양한 의견을 마치 검찰 내부의 혼란과 분열로 희화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