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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정치중립 논란, 명확한 기준 필요 - 노무현 대통령

꿈심는농부 2017. 2. 25. 10:09

대통령의 정치중립 논란, 명확한 기준 필요

 

한나라당의 거듭된 선관위 고발에 대하여
등록일 : 2007-06-12민정수석실

 

한나라당이 12일 또다시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습니다. 최근의 원광대 강연과 6․10 항쟁 기념사가 다가올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선거중립 의무 위반과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대통령이 선관위의 경고를 받고도 이를 비판하고 선거법을 위헌적 법률로 매도하고 있다는 내용도 고발장에 담겨 있다고 합니다.

 

참으로 난감한 일입니다. 한나라당이 문제 삼는 대통령의 발언내용은 4년 반 내내 참여정부를 무능, 좌파정권으로 매도해온 무차별적인 정치공세에 대한 정당한 반론일 뿐입니다. 참여정부의 정책 뿐 아니라, 대통령의 인격과 리더십까지 공격하는 한나라당에 대해 잠자코 입을 닫고 있으라는 건 정상적인 대통령직을 수행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선관위의 결정과 공직선거법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모호한 기준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원칙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야당이 마치 대통령이 초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생산적인 논의를 막는 정치공세에 불과합니다.

 

공직선거법 9조1항 규정에 대한 진지한 논의 필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대통령은 선관위의 권한과 판단의 작용성을 존중하고 법질서를 지키겠다는 확고한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논란이 되고 있는 공직선거법 9조1항 규정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규정 자체도 모호한데다, 이를 확대해서 해석하는 흐름이 대세를 이루면서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결론들이 도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지위와 역할이 무엇인지, 정치공세에 시달리는 대통령의 반론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 등이 쟁점이 될 것입니다.

 

대통령은 통상 정당의 추천과 지원을 받아 선거라는 정치적 과정을 통해 선출된 정치인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국정수행 자체가 정치적 통합․조정이자 정치적 대화와 타협의 과정입니다. 그런데도 야당의 무책임하고 근거 없는 공세와 비방에 대해 침묵하라고 하는 것은 국정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4년 반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정치적 공격의 핵심 표적이자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대통령의 정책뿐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인품, 역량, 성향 및 정체성 등 모든 것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고, 심지어 있지도 않은 게이트 의혹을 만들어 공세를 펴기도 했습니다.

 

이런 공세에 대해 대통령이 반론을 펴는 것은 정치적 인격체로서 정당한 것입니다. 정책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세를 방치하는 것은 국정책임자로서 국정의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정치공세에 시달리는 대통령의 반론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나

 

그런데, 반론을 하게 되면 당연히 상대의 정책적 타당성, 역량, 정체성 등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야당의 집권세력 무능론에 대해 반론을 하자면, 과거 야당의 집권시절의 공과는 물론, 야당의 정체성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독재와 부패 문제도 언급하게 됩니다. 대운하정책을 비판한 발언은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정책과 비교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선거법상 중립의무 위반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문제의 공직선거법 제9조는 1994년 여야 합의로 구 국회의원선거법, 구 대통령선거법 등을 통합해 통합선거법을 새롭게 제정하면서 신설되었습니다. 배경은 과거 만연했던 관권개입 시비를 차단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자면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위반 여부는 관권개입을 하였는지 여부 또는 대통령이 지위를 이용해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선택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는지 여부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과거 권위주의정권들처럼 전국 각 동의 통반 조직을 동원하거나 군․국가정보기관을 동원한 것이 아니고, 대통령이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며, 대통령의 정책, 인격, 정체성 등에 대한 지속적이고도 부당한 정치 공세에 대해 반론을 편 것을 선거와 관련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중립성 의무 위반’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정당한 반론을 선거법위반으로 몰아간다면, 한나라당의 주요 정치인들이 참여정부 출범 초기부터 각종 선거때마다 정권교체나 정권심판 등을 주장하고, 좌파정권이나 국정 파탄 등의 표현을 동원해 참여정부를 매도한 것도 사실상의 사전선거운동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공직선거법 규정 자체가 기준과 경계가 모호

 

공직선거법 규정 자체가 기준과 경계가 모호한 측면도 있습니다. 먼저 현행 선거법 제9조1항은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와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3조 제3항과 정당법 제22조는 대통령의 정치적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공무원법의 시행령인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7조2항3호는 공무원의 금지되는 정치적 행위로서 ‘법률에 의한 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의 후보자를 당선하게 하거나 낙선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정정당 또는 정치단체를 지지 또는 반대하거나 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의견을 집회 기타 다수인이 모인 장소에서 발표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의 개념과 유사하고, 국가공무원법 제3조3항에 의해 대통령 등 정무직 공무원에게는 이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선거법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조항이 위헌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를 과도하게 해석할 경우 결국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정치활동을 봉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나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나 수상의 정치적 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공무원의 선거개입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에서 대통령 및 부통령을 의무주체자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자기 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전국적인 모금 유세에 나서는 것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입니다.

 

법적 판단 나올 때까지는 선거법 위반 문제 각별히 유의할 것

 

선거법 조항이 모호한 것도 문제입니다. 선거법 제9조 제1항은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포괄적․추상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제60조, 제85조, 제86조에서 공무원의 선거운동 내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다시 구체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이 그 체계상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예외적으로 이를 제한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제9조 제1항이 선거법 전체 체계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9조 제1항에서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와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대통령으로서는 선관위의 권한과 판단의 작용성을 존중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를 지키고 존중하려 해도, 기준과 경계가 모호해 난감한 상황이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잘못되고 불합리한 것은 바로잡아 나가는 것 또한 대통령의 책무입니다. 따라서 선거법이나 국가공무원법 등이 헌법의 취지와 변화된 시대상황에 맞게 합리적으로 해석되거나 개선될 수 있도록 법적인 절차를 밟을 계획입니다. 다만, 법적인 판단이 나올 때까지는 선거법 위반 문제에 각별히 유의할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벗어나 대통령의 정치활동과 선거중립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