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면 내가 죽여 놓을꺼야." 차 안에서 아내에게 한 말이다. 독자는 이 말만 읽으면 교회 안에서 무슨 살인극이 벌어질 것 같은 살벌함을 상상할 것이다. 그러나 실은 운전하고 있는데 뒤에 놓인 가방 안에서 핸드폰 알람이 계속해서 울렸던 것이다. 그래서 교회 도착하면 핸드폰 알람을 죽여놓겠다는 말이었다.
당당뉴스로부터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은 후에 줄곧 고민을 했다. 도올 김용옥을 반박하는 나의 책에 관한 글을 말이다. 문제는 책 두 권 분량의 내용을 어떻게 매회 원고지 25장 분량에 축약시켜서 소개하느냐였다. 앞에 예를 든 것처럼 일부분만을 소개하면 어떤 똑똑한 독자의 기발한 상상으로 생각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질 것이 분명한 것이다. 그렇다고 책에 있는 모든 내용을 소개한다는 것도 일주일에 한번 개제되는 식으로는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는 것이다. 벌써 6회를 거듭하면서 사실 내 글들이 주변만 돌고 있다는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나의 책에 부록으로 수록된 부분만이라도 전문을 그대로 실어보자는 것이다. 도올의 도마복음에 대한 나의 반박이다. 아래한글 문서정보로 계산해보니 원고지 300장 분량이다. 잘 나누면 10회 정도면 끝날 것 같다.
도올의 큐복음을 반박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사실 도올이 제시한 큐신학이나 도마복음 이야기는 현대 신학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을 반복한 것 이외에 새로운 것이 아니다. 도올 자신의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 점에서 내가 도올의 큐복음이나 도마복음을 반박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도올이 사용한 신학을 반박한다는 말이 된다. 신학적 논쟁을 제기한 셈이다.
|  | | 김기천 목사 |
다시 말하지만 나의 근본적인 관심은 한 사람의 신학을 반박하는 데에 있지 않다. 기독교의 근본이 무엇이냐를 찾는 데에 있다. 다른 말로, 현대 기독교와 초대 기독교가 동일한 기독교인가? 아니면 현대 기독교는 기독교란 탈을 쓴 신흥종교인가를 묻는 과격한 질문일 수도 있다.
"잃어버린 신화를 찾아서"에 있는 부록 전문을 "신약정경이 될 수 없는 도마복음"이란 제목으로 아래와 같이 10회에 걸쳐 나누어본다.
"신약정경이 될 수 없는 도마복음(1)"
VIII. 부록: 인도종교와 혼합된 『도마복음』
서언: 참으로 답답해서 이 부록을 추가했다. 도올 김용옥의 『도마복음이야기』가 나온 지 벌써 2년이 지났고 올해는 『도마복음주석』이 나왔다고 한다. 신학교도 많이 생겼으니 그만큼 학자들도 많을 텐데 아무도 나서서 제대로 응답하는 사람이 없다. 학자가 안하니 목사라도 나서야한다는 마음으로 이 부록을 추가했다.
1. 항아리에서 쏟아진 영지주의 문헌들 1.1. 『도마복음』이 들어있던 항아리 1945년 겨울에 이집트 나일 강 상류지역에 위치한 낙하마디(Nag Hammadi)마을 근처 벼랑에서 “모하 메드알리”(Mohammed Ali Samman)라는 한 농부가 봉인된 항아리 하나를 발견했다.
항아리를 열어보니 가죽으로 묶어놓은 13권의 책들이 있었다. 이 책들 안에는 모두 52개의 글들이 들어있었다. 이들 가운데 12개의 글들은 서로 중복되기 때문에 사실 6개의 글인 셈이다. 결국 모두 합치면 46개의 서로 다른 글들이 있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41개는 이제까지 발견된 적이 없는 새로운 글들이었다. 그중에 10개는 심하게 부서져 버렸기 때문에 31개만 새로운 자료로 건진 셈이다. 이중에 한 개가 『도마복음』이다.
이 발견된 자료들 곧 문헌들은 고대의 종교와 철학에 대한 정보들 특히 셋 종파[이 종파(Sethians)는 기독교 이전에 생겨난 영지주의의 한 종파로서 아담과 하와의 세 번째 아들인 셋(Seth)을 숭배하는 종파이다. 이 종파의 영향이 지중해 전역으로 퍼져서 주후 2세기경에 알렉산드리아의 바실리데스(Basilides)에 의해 세워진 영지주의와 , 같은 주후 2세기경 이집트, 소아시아, 시리아, 북아프리카 등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던 발렌티누스(Valentinus)의 영지주의에 영향을 끼쳤다.]와 같은 영지주의, 신플라톤주의(Neoplatonic), 신비 지혜사상(Hermetic)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모든 문헌들은 희랍어나 이집트 콥틱어로 되어 있다. 이 본문들이 기록된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 주후 2-3세기 것들로 추정한다. 본문들을 가죽 책으로 묶은 시기는 훨씬 늦다. 표지 가죽을 두텁게 만들려고 폐기된 파피루스(papyrus)를 가죽 속에 집어넣었는데 그 파피루스에 근처 지역 정보들이 적혀있었다. 그 정보들을 근거로 이 가죽 책들은 이집트 낙하마디 근처에서 약 4세기 중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대부분 문헌들은 『도마복음』과 같이 기독교와 연관된 영지주의 책들이지만, 그 중에는 플라톤의 『국가론』(Republic)을 부분적으로 변경시켜서 번역한 것[낙하마디 사본 번호와 (제목): NHC VI,5 (Excerpt from Plato’s Republic).]도 있고 또한 신비적 지혜의 글인 『헤르메띠까』(Hermetica) 3편도[낙하마디 사본 번호와 (제목): NHC VI,6 (The Discourse on the Eighth and Ninth); NHC VI,7 (The Prayer of Thanksgiving); NHC VI,8 (Excerpt from the Perfect Discourse).] 들어있다.
콥틱어로 되어있는『국가론』본문은 인간의 영혼에 관한 소크라테스(Socrates)의 비유 한 부분을 약간 변경시켜 번역한 것이다. 『헤르메띠까』는 로마 제국이 몰락할 즈음인 주후 3세기 이후에 만들어진 하나의 작품 유형으로 “헤르메스 트리스메지스뚜스”(Hermes Trismegistus)[“헤르메스 트리스메지스뚜스”는 ‘세 번째로 위대한 헤르메스’란 의미를 갖고 있는 예언자의 이름으로, 그리스 신 헤르메스(Hermes)와 이집트 신 토트(Thoth)가 결합된 전설적인 인물이다. 토트는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Hieroglyph)를 만들어낸 언어, 지식, 과학의 신이었다. 르네상스시기에 이탈리아 학자인 피치누스(Marsilius Ficinus)가 희랍어로 된 『헤르메띠까』본문들과 그 이전에 작품으로 남아 있는 것들을 수집해서 『꼬르푸스 헤르메티꿈』(Corpus Hermeticum)을 편집 발간했다.]의 비밀 지혜가 들어있는 글이라고 한다.
낙하마디에서 발견된 문헌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영지주의 문헌이나 『헤르메띠까』 문헌이나 모두 종교 혼합주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로, 플라톤의 『국가론』도 인간 영혼에 대한 지식을 말하고 있고, 많은 영지주의 본문들과 『헤르메띠까』 본문들 모두 신비한 지혜, 영적인 지식, 깨달음 등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로, 이 모든 문서들이 이집트 나일 강 상류에 위치한 낙하마디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이다.
1.2. 침묵하는 항아리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로, “누가 왜 기독교 영지주의 글들, 이집트 신비적 지혜에 관한 글들, 플라톤의 영혼에 관한 글 등을 수집, 복사, 보관했었는가?” 둘째로, “왜 동굴 속에 오랫동안 보존될 수 있도록 항아리에 잘 밀봉해서 감추어두었는가?” 셋째로, “『도마복음』처럼 기독교와 관련된 영지주의 글들은 왜 정통 기독교의 가르침과 많은 차이를 보이는가?” 물론 항아리에서 발견된 문헌들은 이 물음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이런 퍼즐 같은 문제에 대해 “낙하마디 사본들을 위한 국제 위원회”(International Committee for the Nag Hammadi Codices)의 서기로 일했던 로빈슨(James M. Robinson) 교수는 다음과 같이 풀었다. 이 가죽으로 된 낙하마디 사본들이 만들어진 시기와 장소가 파코미우스(Pachomius. 292-348) 수도원 운동이 시작된 장소나 시기와 일치한다고 보았다. 그렇게 연결시키고 나서, 같은 시기인 367년에 알렉산드리아 교회 감독인 아타나시우스(Athanasius)가 구약 22권[우리가 가지고 있는 구약 33권을 히브리 알파벳 숫자에 맞추어 22권으로 나누어 놓았다. 숫자만 다르지 사실은 똑같은 책이다.]과 신약 27권을 정경으로 발표했던 사건과 연결시켰다. 이런 사실로 짜 맞춘 가설이 “본래 파코미우스 수도원 도서관에 낙하마디 문헌들이 있었는데, 아타나시우스가 경전 외의 문헌들을 도서관에서 없애라고 했기 때문에, 그 문헌들 소중하게 여겼던 사람들이 항아리에 봉해가지고 안전하게 감추어 두었다”[The Nag Hammadi Scriptures, ed. by Marvin Meyer, (New York: Harper Collins Pub., 2007), xi.]는 것이다.
사실 로빈슨이 언급한 아타나시우스가 367년에 39번째로 썼다는 「축일 서신」(Festal Letter)에는 수도원 도서관에 있는 경전 외에 책들을 없애라고 요청하는 글이 아무데도 없다. 또한 파코미우스 수도원 운동이 공동체 운동이라고 할지라도, 사막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만 공유하는 수도원 안에 기독교와는 상관없는 플라톤의 『국가론』(Republic)이나 이집트 신비적 지혜의 글인 『헤르메띠까』(Hermetica)까지 비치할 정도의 도서관이 있었다는 근거도 없다. 사막 수도자들은 모든 정상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사막으로 들어가 열악한 환경 가운데서 그리스도에게 목숨을 걸고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수도자들 가운데 혼합종교 문헌인 낙하마디 문헌들을 귀하게 여겨서 잘 감추어 놓을 사람이 있다는 생각도 억측에 가깝다. 결단력이 강한 그런 수도사들의 손에 들어갔다면 아예 보관은커녕 불을 질러 없애버렸다고 보는 것이 쉬울 것이다. 차라리 수도사들보다는 평범한 어떤 사람들이 보관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로빈슨의 해석은 설명해보려는 하나의 가설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이 절대적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학문을 쉽게 하려면 주어진 가설을 등에 업어야 한다. 앞에 로빈슨이 추측에 근거해서 제시한 가설을 페이젤스(Elaine Pagels)가 받아서 발전시켜 『영지주의 복음서들』(The Gnostic Gospels)이란 책을 썼다. 이 책은 곧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페이젤스는 이 책에서 기독교 초기에 정통파 기독교와 영지주의 기독교인들의 힘겨루기가 있었다고 가정했다.
그래서 신약 경전 27권을 고집하는 아타나시우스를 중심으로 한 정통파 기독교가 조직력이 약했던 영지주의 기독교인들을 억압했다고 상상한 것이다. 페이젤스는 영지주의 복음서들이 낙하마디에서 발견된 이야기, 기독교 순교 이야기, 정통파 기독교와 영지주의자들 간에 갈등 순으로 설득력 있게 전개시켰다. 이 책이 나온 지 벌써 30년이 지났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다. 정확하게 실증해주는 자료들은 없고 추측과 가설 위에 세워나갔기 때문이다.
문제는 페이젤스가 전개시켰던 이론을 가지고 요즘 마치 새로운 것을 발견한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마치 당시 정통 기독교가 교회의 권력으로 참 기독교인이었던 영지주의자들을 박해했다는 논리를 주장하면서, 이들이 사용했던 『도마복음』이 신약 정경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그런 소리하는 사람 말이다. 지금부터는 왜 『도마복음』과 같은 영지주의 문헌들이 초기 기독교에서 추방되었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려고 한다. (발췌: 큐복음 상권 "잃어버린 신화를 찾아서" 274-281페이지)
목차(상기 내용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서 목차를 추가한다)
VIII. 부록: 인도종교와 혼합된 『도마복음』
1. 항아리에서 쏟아진 영지주의 문헌들 1.1. 『도마복음』이 들어있던 항아리 1.2. 침묵하는 항아리 2. 그리스 로마 세계에 포함된 인도 2.1. 낙하마디 문헌들의 뿌리를 찾아서 2.2. 기원전 6세기 이후 인도와 문화 교류 2.3. 그리스 로마 문헌에 기록된 힌두 종교 2.4. 인도 북부 개혁 불교 2.5. 해외로 전파되는 인도 불교 3. 인도종교 이해 3.1. 힌두 경전 『리그베다』 3.2. 힌두 경전 『우파니샤드』 3.3. 기원전 6세기 힌두 개혁종교: 자이나교, 불교 3.3.1. 자이나교 3.3.2. 불교 3.4. 정통 내에 개혁바람: 힌두 육파철학 3.4.1. 상키야(Samkhya) 학파 3.4.2. 요가(Yoga) 학파 3.4.3. 베단타(Vedanta) 학파 3.4.4. 미맘사(Mimamsa) 학파 3.4.5. 바이세쉬카(Vaisesika) 학파 3.4.6. 니야야(Nyaya) 학파 4. 인도종교와 기독교의 혼합 4.1. 영지주의의 본산 이집트 4.2. 영지주의 문헌 안에 힌두사상: 브라만교, 불교, 자이나교 4.2.1. 영지와 깨달음 4.2.2. 영지주의와 힌두종교의 신관 4.2.3. 영지주의와 힌두종교의 세계관 4.2.3. 영지주의 기도와 힌두종교 만트라 4.2.4. 영지주의와 인도종교의 일치 5. 절대로 신약정경이 될 수 없는 『도마복음』 5.1. 첫째 이유: 복음과 독약이 혼합된 『도마복음』 5.2. 둘째 이유: 초대교회 교부들도 인용 안한 『도마복음』 5.3. 셋째 이유: 현존하는 2만5천여 개의 성서사본들의 증거 6. 결론 |